
[전북소비자저널=최훈 기자] 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를 목표로 시작한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가 올해로 4회째를 맞으며 국제적 위상을 다졌다.
정읍시에 따르면 10일 정읍 연지아트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는 독일, 일본,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의 도시들이 참여해 각국의 농민봉기 역사를 공유하고 그 현대적 의미를 되새겼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독일 뮐하우젠이 4년 연속 참여한 가운데, 일본의 시마바라시와 브라질 바이아주의 카누두스가 처음으로 초청돼 각 도시의 농민봉기에 대해 발표하며 연대의 폭을 넓혔다.
또한 프랑스 혁명 당시 농민들의 저항운동에 대한 발표도 진행돼 향후 프랑스 혁명과 동학농민혁명과의 연계 협력 방안도 논의되는 등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며 근대혁명 정신을 표상했던 농민봉기의 다양한 사례들이 심도 있게 조명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순천향대학교의 권의석 교수는 올해로 4회째에 이른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가 ‘지역사의 세계화’라는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각 도시가 간직한 혁명의 역사를 전 인류가 공유하는 정의를 위한 범세계적 투쟁의 일부로 조명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하며 회의의 의의를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독일 뮐하우젠 기록보존실장 안티에 슐롬스(Dr. Antje Schloms) 박사와 뮐하우젠시 관광재단 대표 낸시 크루그(Nancy Krug)는 독일농민전쟁 500주년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뮐하우젠이 독일농민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수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도시 성장을 위한 역사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과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뮐하우젠은 독일농민전쟁 500주년을 맞아 ‘1525, 자유의 해’라는 주제를 내걸었는데, 이는 독일농민전쟁 당시 농민들이 열망했던 자유의 개념이 불평등과 환경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시민들에게 새롭게 인식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 농민 저항의 의미를 발표한 멜버른 대학의 피터 맥피 교수는 프랑스혁명 당시 농민들이 처했던 시대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이 자유를 위해 어떻게 투쟁했는가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 외에도 일본 시마바라 농민봉기와 브라질 카누두스 농민봉기에 대한 발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시마바라와 카누두스 봉기 모두 종교(기독교)에 대한 탄압과 농민들의 저항이 결합된 운동으로, 각각 일본과 브라질의 근대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시마바라의 사례를 발표한 고세키 가즈코 학예사는 시마바라 농민봉기가 일본 막부에 의해 처절하게 진압당했지만, 농민들의 저항정신과 역사적 유산은 오늘날 시마바라의 정신으로 깊이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카누두스의 사례를 발표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최금좌 교수는 카누두스 농민봉기가 종교의 자유와 농촌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었으며, 결과적으로 브라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내전이 됐다고 발표했다.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를 이끌고 있는 이학수 정읍시장은 “이번 연대회의를 통해 세계 각국의 농민봉기 사례를 깊이 이해하는 소중한 자리가 됐고, 이를 통해 정읍의 동학농민혁명이 인류사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향후 이 연대회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산시켜 동학농민혁명의 세계사적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이날 컨퍼런스 종료 후 기념제의 백미인 진군행렬에 독일농민전쟁 500주년을 기념하는 독일농민군의 코스튬 행진을 포함시켜 의미를 더했다.
또한 지난 9일에는 이학수 시장과 박일 정읍시의회 의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신순철 이사장, 이번 연대회의에 참여한 해외 연사들이 함께 황토현 전적지를 찾아 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군상에 헌화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혁명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